가난을 이겨낸 굳센 육상 소녀의 이미지로 알려진 ‘하니’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어린 시절 만화 영화 ‘달려라 하니’를 본 사람들 중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하니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1 아침마다 신문 배달을 하는 하니는 종종 라이벌 나애리의 집을 엿본다.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가난의 아픔도 이기고 육상에 매진하는 굳센 소녀 하니는 사실 부잣집 딸이었다고 한다.
극중 하니의 라이벌인 나애리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넓직한 마당에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원래 이 집은 하니의 집으로 하니의 부모님과 하니를 돌봐준 유모 할머니와 하니 이렇게 4명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엄마와 유모 할머니가 죽고 만다. 이어 중동에서 일하게 된 아빠는 집을 나애리네 가족에게 팔아버린다.
더 이상 이 집에서 살지 못하게 되자 하니는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애리의 집을 엿보았던 것이다.
#2 하니네 아빠가 집을 판 이유는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일까?
전혀 아니다. 하니네 아빠는 큰 집에서 혼자 쓸쓸하게 지내게 될 딸 하니가 걱정돼 집을 팔았다.
이어 아빠는 중동 파견 근무가 끝남과 동시에 아내와 사별 후 만난 새로운 연인 유지애와 정식으로 결혼 후 세 가족이 살 수 있는 더 큰 집을 사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더 큰 집을 산다.
#3 그렇다면 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는 하니가 가난한 캐릭터로 남아있을까?
하니네 아빠는 중동으로 떠나기 전에 연인 유지애에게 딸 하니를 부탁한다. 유지애는 전직 배우로 자신의 아파트에서 풍족하게 살고 있는 인물이다.
유지애의 노력에도 하니는 유지애를 계모로 받아들이지 않고 좋은 환경을 버리고 집을 나가 옥탑방에서 지낸다. 이런 이유로 가난한 이미지가 생겨났다.
또 ‘달려라 하니’와 인물 설정 및 이미지만 같은 또다른 만화영화 ‘천방지축 하니’에는 유지애가 나오지 않으면서 ‘부자’ 설정이 아예 빠지게 되었다.
또 중동 건설업자인 하니의 아빠도 인물 설정에서 빠지고 ‘천방지축 하니’에서는 하니의 선생님인 홍두깨가 하니에게 의붓아버지가 되어 준다.
이후 두 만화의 설정이 혼동되면서 사람들에게 ‘하니는 가난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지게 됐다.
#4 ‘하니는 가난하지만 굳센 육상 소녀’라는 이미지가 두드러진 건 육상선수 임춘애 때문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육상선수 임춘애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당시 임춘애의 학교 육상부 코치 김번일 씨가 열악한 육상 환경을 이야기하던 중 “지원이 부족해 간식으로 라면만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기자가 해당 내용을 왜곡해 “임춘애를 비롯한 육상 선수들이 우유 마시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삼시세끼 라면만 먹으며 운동한다”라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 같은 왜곡된 사실이 전해지며 임춘애는 다른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을 해야만 했다.
라면 소녀의 타이틀을 쓰게 된 임춘애는 “당시 체력보강을 위해 삼계탕, 도가니탕, 뱀탕 등 가리지 않고 먹었다. 어떻게 라면만 먹고 뛰나”라고 해명을 했다.
한편, 왜곡된 사실을 전한 기자는 “열악한 육상부를 돕고 싶었다. 후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인터뷰 내용을 과장했음을 시인했다.
육상 선수 임춘애에게 씌어진 ‘라면만 먹고 뛰는 헝그리 정신’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당시 인기있던 만화 속 캐릭터에게까지 이런 이미지가 생겨나지 않았겠나 하는 추측이다.